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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곳곳에서 이런 얘기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회복될 때까지 조금 버텨보자. 상황이 나아지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겠지." 하지만 `마케팅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석좌교수(78)는 불황에 움츠러든 기업을 경계한다.
그는 "소비자보다 먼저 변하라"고 충고한다.
◆ 불안해하는 불황기 소비자를 안심시켜라
= 직장인 A씨는 자동차대리점에서 마음에 드는 자동차 모델을 발견했다. 점원이 다가와 할부 프로그램을 권유하지만 과거처럼 선뜻 구매 계약 사인을 하기가 힘들다.
다니는 회사가 언제 문을 닫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구매를 포기하고 문 밖으로 나서려던 찰나, A씨는 점원에게 솔깃한 이야기를 듣는다. 앞으로 1년 안에 소비자가 파산하거나 일자리를 잃으면 차를 반납하고 차 값을 환불받을 수 있는 보상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
A씨는 불안한 마음이 해소되는 것을 느끼며 바로 구매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자동차 키를 받았다.
이는 실제 성공을 거둔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의 `바이백 마케팅` 사례다. 현대차는 이 마케팅으로 미국 시장 매출이 1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분기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2.8%에서 4.3%로 1.5% 이상 늘었다. 코틀러 교수는 불안감에 구매를 망설이는 소비자들에게 합리적인 답을 준 것이 현대차의 성공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밖에도 `조지프 뱅크스`라는 양복가게를 사례로 들며 "조지프 뱅크스는 양복 구매 후 소비자가 일자리를 잃으면 양복은 그대로 가지고 있되 돈은 환불해 주겠다고 말해 소비자를 안심시키는 전략으로 성공을 거뒀다"고 말했다. 그는 이처럼 불황기 소비자의 불안감을 인지하고 창의적인 해법을 통해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이 소비자 지갑을 여는 좋은 첫 번째 `열쇠`라고 강조했다.
◆ 소비자들이 돈을 아낀다면 기업도 이에 맞춰라
= 불황에 소비자들의 소비 패턴은 완전히 변한다.
유명 브랜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부리던 소비자는 더 이상 없다. 이제 소비자는 가격 대비 더 많은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저렴한 제품, 일반적인 제품을 원한다. 최선보다는 차선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도 보다 저렴한 제품을 내놔야 한다.
기존 제품 가격을 명목적으로 내리든지 아예 저가 브랜드를 새롭게 내놓는 방법도 있다. 또한 쿠폰을 제공함으로써 가격은 공식적으로 남아 있지만 소비자가 할인을 받는 느낌을 줄 수 있다. 구매 제품을 무료로 배송해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아예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업종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
코틀러 교수는 집 수리 전문 업체로 업종을 변경한 한 건설회사를 예로 들며 "사람들이 집을 이사하는 대신 돈을 아끼기 위해 원래 집을 수리하는 선택을 한다는 것에 착안해 업종을 변경한 기업처럼 소비자가 변하면 이에 맞춰 변할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지피지기 백전불태…스스로를 먼저 파악하라
=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마스터키(Master Key)를 제시해 달라는 요구에 코틀러 교수는 단호히 "없다"고 답한다. 하지만 자신의 기업 유형을 파악하고 회사의 강점과 기회에 맞는 전략을 세운다면 그것이 바로 기업의 생존전략이라는 답을 내놨다.
코틀러 교수가 분류한 기업 유형은 △재무와 마케팅이 모두 탄탄한 `강한 기업` △재무는 탄탄한데 브랜드가 약한 `안정된 기업` △재무는 약한데 브랜드가 강한 `고군분투 기업` △재무와 브랜드 모두 약한 `실패한 기업`이다.
그는 강한 기업은 예산을 삭감하지 말고 자금력을 통해 경쟁사를 인수하고 마케팅 비용을 늘릴 것을, 안정된 기업은 몇몇 유명 브랜드를 인수해 마케팅 노하우를 키워나갈 것을, 고군분투 기업에는 강력한 브랜드에 마케팅 비용을 집중하는 한편 다른 비용을 최대한 절감할 것을 주문했다. 또 실패한 기업에는 몸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빨리 회사를 매각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내가 누구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지는 것"이라며 "소비자에 맞춰 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취약성을 면밀히 조사해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도 불황 극복의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이새봄 기자]
출처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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