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ll Marketing/마케팅일반(Case)

괴짜짓으로 성공한 세기의 CEO

실제로 CEO가 괴상한 짓을 일삼는다면 그 회사는 오래가지 않아 파산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창의력과 독특한 사고를 무기로 해야하는 광고회사나 마케팅 전문회사가 아니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 소개할 괴짜들은 모두 유럽 최대 항공사, 부동산 재벌, 유명 글로벌 기업의 CEO다. 부와 성공, 그리고 사람들의 존경과 관심을 거머쥔.

라이언 에어의 CEO 마이클 오리어리
◆하늘을 날던 스크루지.. 마이클 오리어리= "화장지에 CEO의 얼굴을 그려넣은다음, 추가요금을 받자" "비키니 차림 여자 승무원을 채용해 50유로를 더 받자"

마이클 오리어리. 라이언에어를 유럽대표 저가 항공사로 성장시킨 주역이다. 짠돌이 같이 아끼고 지독하게 추가요금을 받을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생각해내며 세계 항공업계에 저가 경쟁의 불을 지핀 유명한 괴짜 CEO기도 하다.

그는 아일랜드의 시골마을 출신이다. 1979년 트리니키 컬리지 경영학과에 입학했고 이어 현재의 KPMG인 Stokes Kennydy Crowley에 입사해 탁월한 재무 역량을 발휘하게 된다. 그리고 라이언에어의 창업자인 토니라이언에게 발탁돼 1991년엔 최고 재무책임자로 승진, 1994년 라이언에어 CEO로 등극했다.

오리어리는 CEO가 된 뒤 기내 무료 서비스와 음료 서비스, 비즈니스석, 잡지 서비스를 없애는 파격을 감행했다. '저비용'의 간편한 여행을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것이다. 손님들이 수화물을 직접 운반하고 스튜어디스들이 기내 청소를 직접 해야하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했다.

그는 "아일랜드 항공당국은 정신병자, 당국 책임자는 바보다"고 말하는가 하면 12개의 신규노선을 발표한 뒤에는 "이제 라이언에어가 국영항공사고 에어링거스는 멀찌감치 떨어진 2위"라고 쏘아붙이는 등 거침없는 독설을 일삼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다. 그는 철저한 경영 전략, 획기적인 비용 절감, 비판에도 흔들리지 않는 냉혹한 태도를 고수하는 '능력 있는 CEO' 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영의 결과는 '성공'으로 돌아왔다. 경영비용은 기존 항공료 대비 25∼30% 수준으로 대폭 줄었다. 고객의 수도 지난 2000년 700만명 수준에서 2009년 7000만명 수준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라이언에어는 오는 10월부터 공항의 체크인 카운터도 폐점한다. '웹 체크인 방식'으로 중간 유통을 간소화 하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두 얼굴의 괴짜.. 도널드 트럼프= 세기의 부동산 왕이라고 하면 누가 떠오르는가? 많은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를 떠올릴 것이다. 그는 트럼프 호텔과 카지노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큰 손으로 불린다.

그러나 그에게 더 어울리는 칭호는 '못 말리는 괴짜'다. 그는 항상 요상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다니며 과시욕 또한 못 말리는 수준이라 여성 편력도 심하다. 자신의 재산을 실제보다 적게 발표했다는 이유로 출판사를 고소하기도 한 괴짜중의 괴짜다.

1946년 뉴욕 퀸즈 출생인 그는 학창시절 선생님을 구타해 퇴학을 당했고 아버지에 의해 엄격한 뉴욕사관학교로 강제 전학가기도 했다. 그는 이어 포드햄 대학과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을 전공한다.

그는 다행히도 그냥 단순한 괴짜만은 아니었다. 아버지에게 배운 부동산 감각과 명문대학의 정파 경영지식, 그리고 규율 속에 가려진 야생성까지 맞물리면서 그는 세계 부호로 도약하게 된다.

20대에는 부동산 개발에 진출해 팬센트럴 부지를 획득했고 30대에는 그랜드 하얏트 호텔, 트럼프 타워, 호텔, 카지노를 건설한다. 그리고 40대의 젊은 나이에 '세계 부동산 재벌' 등극한다.

그는 특히 '과욕'과 '허영심'을 성공으로 가는 원동력으로 삼았다.

도널드 트럼프의 이 한마디는 새겨봄직 하다. "사람들은 대단한 사람을 보면 흥분하고 좋아한다. 이 때문에 과장법을 써도 실패하지 않는다"

캐빈 로버츠

◆괴짜의 원조.. 케빈 로버츠 = 앞선 두 CEO들도 분명한 괴짜지만, 원조 괴짜는 따로 있다. 바로 사치&사치 CEO인 캐빈로버츠.

그는 1987년 펩시 캐나다 CEO에 부임할 당시 행사장에 기관총을 들고 나타나서는 행사장 뒤에 있던 경쟁사인 코카콜라의 자판기에 난사했다. 그리고 펩시는 정말 코카콜라를 추월하는데 성공했다.

기행은 멈추지 않았다. 1989년 호주 2위 양조업체인 '라이언나단' CEO 시절, 첫 회의에 사자를 데리고 나왔고 검은 옷만 입고 다니며 '맨인블랙'이라는 별명을 자처했다.

사실 학창시절에는 더했다. 1949년 영국에서 태나난 그는 16살이 되던 해에 여자친구를 임신시켰다는 이유로 퇴학을 당하게 된다.

그 이후 화장품 회사인 매리퀸트 코스메틱스에 보조 매니저로 취직하면서 첫 사회생활을 한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한 메이크업이 유지되길 원하는 여성들의 심리를 파악해 방수 립스틱, 방수 마스카라를 만들어 대 히트를 친다.

캐빈로빈츠는 질레트 해외 신제품 개발 책임자, P&G 그룹 마케팅 책임자, 펩시콜라 중동지역 마케팅 책임자를 지나 펩시 캐나다 CEO에 역임하기에 이른다.

1997년에는 사치&사치의 수장을 역임하며 국제 광고상을 싹쓸이하고 취임 1년 만에 매출 성장 3배의 쾌거를 거둔다.

그가 원조 괴짜로 꼽히는 이유는 이 때문만은 아니다.

1년에 250일 여행 및 출장, 한 달 평균 20편 영화관람, 30권 잡지 정독, 해외에 날아가 뮤지컬 관람. 이 처럼 '행동하는' 것도 그가 성공한 괴짜로 통하는 이유다.

그는 채용에 있어서도 '자유와 창조'를 키워드로 '괴짜를 뽑아 더 괴짜로 키우는 전략'을 사용했다. 원조 괴짜 CEO가 말하는 좋은 리더란 어떤 것일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넥타이 매고 눈치 보면서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진짜 괴짜의 본성이 희석되기 마련이다. 좋은 리더란, 속박의 끈을 풀고 직원들이 가장 뛰어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는 사람이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